척추 유합술 후, 위아래 마디가 더 중요한 이유
고정한 마디는 안 움직입니다. 그러면 어디가 움직일까요
척추 유합술은 문제가 된 마디를 고정해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수술입니다. 그 마디에서 오던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마디가 안 움직이면, 원래 그 마디가 하던 움직임은 어디로 갈까요.
답은 위아래 마디입니다. 허리를 굽히고 펴고 돌리는 동작은 계속해야 하니까요. 고정된 마디 몫까지 옆 마디가 나눠 맡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수술 후 시기별로 지켜야 할 것과, 몇 년 뒤를 좌우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런 증상이면 즉시 병원에 연락하십시오
- 수술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거나 진물이 나오는 경우
- 몸에 열이 나는 경우
- 다리에 힘이 빠지는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
- 대소변 조절에 문제가 생긴 경우
- 항문이나 사타구니 주변 감각이 둔해진 경우
- 종아리가 붓고 아프거나 색이 변하는 경우
- 갑자기 허리나 다리 통증이 크게 심해진 경우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시간이 중요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미루지 마십시오.
시기별로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실제 일정은 수술 방식, 고정한 마디 수, 뼈가 붙는 속도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아래는 일반적인 흐름이며 개인의 일정이 아닙니다. 반드시 수술하신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십시오.
| 시기 | 대체로 하는 것 |
|---|---|
| 수술 직후 | 걷기 시작, 자세와 움직임 배우기 |
| 초기 몇 주~몇 달 | 굽히기·비틀기·무거운 것 들기 제한 |
| 뼈가 붙는 시기 | 걷는 양 늘리기 |
| 그 이후 | 몸통 근력 운동 시작 |
초기 제한으로 흔히 안내되는 것은 4~5kg보다 무거운 것을 들지 않기, 머리 위로 물건 들지 않기, 허리를 굽히거나 비틀지 않기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이 제한들이 "허리를 아예 쓰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시기에 걷기는 오히려 권장됩니다. 제한되는 것은 특정 동작이지 활동 전체가 아닙니다.
몇 년 뒤에 위아래 마디가 문제가 됩니다
수술 자체는 잘 끝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것이 있습니다. 고정한 마디의 위아래가 닳는 현상입니다. 인접분절질환이라고 부릅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유합술 후 이 문제로 다시 수술을 받는 비율이 연간 약 2.5%이며, 10년이 지난 시점에는 22% 정도로 추정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있습니다. 5년 이상, 길게는 15년까지 추적한 연구에서 언제 이 문제가 생기는지, 어떤 요인이 관련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왜 생기는지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고정된 마디가 하던 움직임을 옆 마디가 대신 맡게 되고, 그만큼 부담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뵌 분들이 하시던 말씀
척추 수술을 받으신 뒤 시간이 한참 지나 오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대개 5년쯤 지난 뒤였습니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허리를 펴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어요."
수술은 잘 되었고 통증도 줄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굽은 자세가 편하다 보니 계속 그 자세로 지내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허리를 펴는 동작을 거의 쓰지 않은 채 몇 년이 흐른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수술 이후 재활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신 상태였습니다.
이것을 앞의 내용과 겹쳐 보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고정된 마디 몫까지 위아래가 감당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나눠 받아줄 몸통 근육은 오히려 줄어든 상태로 몇 년을 보내신 셈입니다.
유합 후에는 근육이 더 중요해집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원래 척추는 뼈와 디스크, 인대, 근육이 함께 몸을 지탱합니다. 그런데 한 마디를 고정하고 나면 나머지 구조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유합술을 받으신 분에게는 몸통 근육의 역할이 수술 전보다 더 커집니다. 근육이 부담을 나눠 받아주지 못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위아래 마디로 갑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후 조심하느라 활동을 줄이시고, 통증이 줄면 그대로 지내시고, 그러는 동안 근육은 줄어듭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것과도 겹칩니다. 이 부분은 근감소증, 종아리 둘레와 인바디로 확인하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언제부터 어떤 근력 운동을 해도 되는지는 뼈가 붙는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반드시 담당 의료진께 확인하시고 시작하십시오. 다만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흔한 오해 — 조심하는 것이 곧 안 움직이는 것이다
수술한 허리니까 무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조심하는 것과 안 움직이는 것은 다릅니다.
제한되는 것은 굽히기, 비틀기, 무거운 것 들기 같은 특정 동작입니다. 걷는 것, 서 있는 것, 일상생활은 오히려 권장됩니다.
그런데 "조심하라"는 말을 들으시고 아예 안 움직이시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 몸통 근육이 줄어 위아래 마디 부담이 커집니다
- 허리를 펴는 동작을 안 쓰게 되어 굳습니다
- 활동이 줄어 체중이 늘고, 그만큼 허리에 실리는 부담이 커집니다
세 가지 모두 원래 피하려던 결과를 앞당깁니다.
무엇을 물어보셔야 하나
수술 전이나 퇴원 전에 이 다섯 가지를 확인하십시오. 종이에 적어 가시는 것을 권합니다.
- 굽히기와 비틀기 제한이 언제까지인가
- 들어도 되는 무게가 얼마인가 — 몇 킬로그램인지 구체적으로
- 언제부터 근력 운동을 시작해도 되는가
- 하는 일이 몸을 쓰는 일인데, 언제 어디까지 가능한가 — 농사, 장사 등 구체적으로 말씀하십시오
-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4번과 5번을 놓치기 쉽습니다. 병원에 계속 다니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시면 그 사정을 말씀드리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받아 나오시는 편이 낫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서면으로 된 안내를 받아 나오십시오. 말로만 들으신 것은 며칠이면 흐려집니다.
진료받으실 때 이 네 가지를 전달해 주세요
- 수술 시기와 고정한 마디 — 몇 개를 고정했는지
- 지금 아픈 곳이 수술한 곳인지 위아래인지
- 허리를 펴기가 어려운지
- 재활을 언제까지 받으셨는지
2번이 중요합니다. 수술한 마디의 문제와 위아래 마디의 문제는 접근이 다릅니다.
4번은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이어가지 못하신 것이 흔한 일이라는 점을 의료진도 알고 있습니다. 그 사정을 아셔야 지금 상황에 맞는 방법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내용 정리
- 고정한 마디가 하던 움직임은 위아래 마디가 나눠 맡게 됩니다
- 그래서 몇 년 뒤에 위아래 마디가 닳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10년 시점에 이 문제로 다시 수술받는 비율이 20%를 넘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초기 제한은 굽히기·비틀기·무거운 것 들기이며, 걷기는 오히려 권장됩니다
- 유합 후에는 몸통 근육의 역할이 수술 전보다 더 커집니다
- 조심하는 것과 안 움직이는 것은 다릅니다
수술 후 재활이 왜 끊기는지는 수술 후 재활, 잘 끝났는데 왜 다시 아플까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으시면 지체하지 마시고 병원으로 가세요
-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급격히 둔해지는 경우
- 대소변 조절에 문제가 생긴 경우
- 외상 이후 통증이 시작된 경우
- 발열, 원인 모를 체중 감소를 동반한 통증
- 밤에 누워 있을 때 오히려 심해지는 통증
-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
참고문헌
- Soh J, et al. Temporal Patterns of Risk Factors for Adjacent Segment Disease After Lumbar Fusion: 5 Years or More and up to 15 Years. J Clin Med. 2025;14(10):3400.
- Lumbar Fusion Rehabilitation. Physiopedia.
- Estimation of the ideal correction of lumbar lordosis to prevent reoperation for symptomatic adjacent segment disease after lumbar fusion in older people.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과 적절한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건강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신 후 내리시기 바랍니다.
면책조항 전문 보기